천연염색 정련 방법 — 색이 고르게 물들지 않는 진짜 이유
천연염색을 시작한 분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염료가 아닙니다. 얼룩입니다. 같은 염액에 같은 시간 담갔는데 어떤 부분은 진하고 어떤 부분은 하얗게 뜹니다. 원인은 대부분 하나, 정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련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
시중에 파는 원단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붙어 있습니다. 방적 과정에서 실이 끊어지지 않게 먹인 풀, 직조할 때 쓴 유제, 표백제와 형광증백제, 유통 중 묻은 기름기입니다. 이것들이 섬유 표면을 코팅하고 있으면 염료 분자가 섬유에 닿지 못합니다.
정련은 이 코팅을 벗겨내는 작업입니다. 화장을 지우지 않고 스킨을 바르면 흡수가 안 되는 것과 같습니다. 정련을 건너뛰고 염색하면 세 가지가 반드시 따라옵니다.
- 색이 얼룩덜룩하게 들어갑니다
- 전체적으로 색이 연하게 나옵니다
- 세탁하면 색이 눈에 띄게 빠집니다
소재별 정련 방법
섬유마다 견디는 온도와 알칼리 강도가 다릅니다. 이걸 무시하면 원단이 상합니다.
### 면·마 (식물성 섬유)
식물성 섬유는 알칼리에 강해서 비교적 강하게 정련할 수 있습니다.
1. 큰 냄비에 물을 넉넉히 잡습니다. 원단 무게의 30~40배가 기준입니다.
2. 탄산소다를 원단 무게의 2~3% 넣습니다. 100g 원단이면 2~3g입니다.
3. 중성세제를 소량 함께 넣으면 기름기가 더 잘 빠집니다.
4.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낮추고 60~90분 삶습니다.
5. 미지근한 물로 헹구고, 물이 완전히 맑아질 때까지 반복합니다.
삶는 동안 물이 누렇게 변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 색이 원단에 붙어 있던 불순물입니다.
### 실크 (동물성 섬유)
실크는 알칼리에 약합니다. 탄산소다를 쓰면 광택을 잃고 손상됩니다.
1. 물 온도는 40~50도를 넘기지 않습니다.
2. 중성세제만 소량 사용합니다.
3. 30~40분 정도 부드럽게 담가둡니다. 세게 비비지 않습니다.
4. 같은 온도의 물로 헹굽니다.
### 울 (동물성 섬유)
울은 온도 변화와 마찰에 가장 예민합니다. 잘못하면 축융이 일어나 뻣뻣하게 줄어듭니다.
1. 물 온도 35~40도를 유지합니다.
2. 중성세제를 풀고 20~30분 담가둡니다.
3. 절대 문지르거나 비틀지 않습니다. 누르듯이 다룹니다.
4. 헹굴 때도 처음 물과 온도 차이를 크게 두지 않습니다.
정련이 끝났는지 확인하는 방법
간단한 확인법이 있습니다. 정련한 원단을 물에 담갔을 때 물이 고르게 스며들면 정련이 된 것입니다. 물방울이 표면에 맺히거나 특정 부분만 물을 밀어내면 아직 유제가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그 상태로 염색하면 그 부분이 그대로 얼룩이 됩니다.
자주 하는 실수
물을 적게 잡는 것. 원단이 냄비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여야 불순물이 빠져나갑니다. 빽빽하게 눌려 있으면 접힌 자리가 정련되지 않고, 그 자리가 나중에 흰 줄로 남습니다.
헹굼을 대충 하는 것. 탄산소다가 남아 있으면 매염 단계에서 반응이 달라집니다. 물이 맑아질 때까지 헹구는 것이 원칙입니다.
정련 후 말렸다가 나중에 염색하는 것. 가능하면 젖은 상태로 이어서 염색하는 편이 색이 고르게 들어갑니다. 말렸다면 다시 물에 충분히 적신 뒤 염색합니다.
시간이 없다면
정련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수업이나 작업 일정이 촉박할 때는 정련까지 마친 원단을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희 공방에서 나가는 손염색 원단은 정련부터 염색, 후처리까지 마친 상태로 보내드립니다.
어떤 색이 필요하신지, 어떤 작업에 쓰실 건지 알려주시면 그에 맞게 안내해 드리겠습니다.